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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은 제가 제일 어려워하던 요리였습니다. 30초만 데치라는 조언 하나로 실패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밥상에 초록색이 빠지지 않습니다.
시금치나물을 왜 이렇게 만드는가
처음 시금치를 데칠 때는 이파리보다 한참 두꺼운 뿌리 쪽 분홍빛 밑동이 덜 익을까 봐 끓는 소금물에 일 분 넘게 붙잡아 두었더니, 건져내서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꽉 짜는 순간 줄기 섬유질이 다 뭉개져 질척한 풀죽처럼 변해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뿌리 끝을 열십자로 깊게 칼집만 내어 흙을 털어낸 뒤 밑동부터 먼저 넣고 열을 세고는, 이파리는 물에 잠기자마자 바로 뒤집어 건져내어 체에 넓게 펼쳐 식히니 참기름과 국간장을 넣고 손끝으로 살살 털 듯이 무쳐내도 아삭한 식감이 끝까지 살아남아 아내도 젓가락을 자주 옮기더군요.
데치는 시간을 줄여 시금치 특유의 아삭한 줄기 식감과 초록빛을 살린 집밥 반찬 기록일 뿐이며, 이러한 시금치나물 조리법이 특정 질환의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평소 신장 기능 관리나 칼륨 섭취 조절, 혹은 복용 중인 약물 때문에 푸른 잎채소 섭취량을 주의해야 하는 분이라면 식단에 올리기 전에 반드시 담당 의사나 전문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건강검진 뒤로 밥상에서 흰쌀밥 양을 줄이는 대신 시금치나물 같은 초록 반찬을 직접 챙기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아내가 무쳐준 아삭한 시금치만 먹다가 제가 처음 냄비 앞에 섰을 때는 줄기가 질길까 봐 끓는 물에 시금치를 넣고 2분 넘게 휘저었습니다. 건져내니 시금치 잎이 진녹색으로 푹 퍼져 수세미처럼 엉겼고, 국간장과 참기름을 넣어도 줄기에서 풋내 섞인 물만 흥건하게 빠져나와 젓가락으로 집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처음 시금치나물이 죽처럼 무른 까닭은 데치는 시간과 헹군 뒤 물기 조절을 둘 다 놓쳤기 때문입니다. 시금치 잎은 열에 약해 1분만 넘겨도 세포벽이 무너지는데, 건져낸 뒤에도 채반에 그냥 두어 남은 열기로 속까지 다 익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찬물에 헹군 시금치를 손바닥으로 너무 세게 비벼 짜서 줄기 결이 으깨졌고, 그 틈으로 다진 마늘과 국간장 간이 한꺼번에 배어들어 질척하고 짠 나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금치 300g 기준 뿌리 끝의 붉은 부분은 칼끝으로 흙만 긁어내고 열십자로 칼집을 넣어야 달큼한 맛과 영양소가 살아납니다. 물이 굵은 기포를 내며 팔팔 끓을 때 소금 반 큰술을 넣고, 뻣뻣한 뿌리 쪽을 먼저 물에 담가 10초 세고 난 뒤 잎까지 전부 잠기게 눌러 정확히 20초만 더 데칩니다. 줄기를 만져보아 살짝 휘어질 때 바로 찬물에 두 번 헹구고, 두 손 사이에 시금치를 수직으로 세워 쥐어짜야 물기만 빠지고 아삭한 식감이 남습니다.
뿌리째 달큼하게 무쳐 식탁에 올렸더니 평소 풀반찬에 손이 안 가던 아이도 시금치 줄기가 질기지 않고 고소하다며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습니다. 시금치나물은 시간이 지나면 국간장 삼투압 때문에 물이 생기므로 밀폐용기 바닥에 키친타월을 한 장 깔아 냉장 보관하고 이틀 안에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다음 날 남은 시금치나물은 밥 위에 올리고 계란프라이와 참기름 몇 방울만 더해 비벼 먹으면 별다른 양념 없이도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준비할 재료
- 시금치 300g
- 다진 마늘 1작은술
- 국간장 1작은술
- 참기름 1작은술
- 소금 약간
- 통깨 약간
만드는 법
- 시금치는 뿌리를 다듬고 흐르는 물에 세 번 씻습니다.
-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시금치를 30초만 데칩니다.
- 곧바로 찬물에 헹궈 열을 완전히 식힙니다. 이 과정을 빼면 계속 익어 물러집니다.
- 손으로 물기를 가볍게 짭니다. 너무 세게 짜면 식감이 죽습니다.
- 마늘, 국간장, 참기름을 넣고 살살 무칩니다.
- 통깨를 뿌려 냅니다.
아빠가 알려주는 요령
데치는 시간은 30초, 찬물 헹굼은 즉시. 이 두 가지가 식감을 좌우합니다.
데치는 시간을 재지 않고 눈대중으로 한 적이 있습니다. 1분을 넘기자 색이 누렇게 변하고 물컹해졌습니다. 30초와 즉시 찬물 헹굼, 이 두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무친 나물은 냉장 보관 후 이틀 안에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데쳐서 물기만 짠 상태로 소분해 냉동하면 2주까지 쓸 수 있습니다.
비빔밥 재료로도 좋고 계란말이에 넣어도 잘 맞습니다. 국간장을 줄이고 참기름으로 맛을 내면 나트륨이 덜합니다.
시금치에는 철분과 엽산,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탄수화물은 거의 없어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수산이 들어 있어 신장 결석 병력이 있으신 분은 양을 조절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시금치 대신 아욱이나 근대를 같은 방식으로 데쳐 무치셔도 됩니다. 국간장 대신 소금과 참기름만으로 무치면 더 담백합니다. 마늘이 부담되시면 생략해도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나물은 식사 초반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식이섬유가 먼저 들어가면 뒤에 먹는 탄수화물 흡수가 완만해집니다. 저희 집은 나물 두 가지를 항상 먼저 내고 밥은 나중에 냅니다.
뿌리를 버려야 하냐고 묻습니다. 뿌리 쪽이 가장 단 부분입니다. 흙만 칼로 긁어 내고 십자로 갈라 함께 데치십시오. 버리시던 분들이 한 번 드셔 보면 생각이 바뀝니다.
시금치나물은 저희 집 기본 반찬입니다. 30초 데치고 바로 찬물에 헹구는 것, 이 두 동작이 전부입니다. 나물을 먼저 먹는 순서를 지킨 뒤로 식사량도 자연히 줄었습니다. 데칠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으시면 색이 훨씬 선명하게 유지됩니다. 뚜껑은 덮지 마십시오. 덮으면 채소의 색이 누렇게 변합니다. 이 두 가지가 나물 색을 지키는 요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