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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는 날 제가 저를 위해 가장 자주 만드는 반찬입니다. 만들기 쉽고 혈당에 거의 영향이 없어 마음이 편합니다. 딸아이도 이 계란찜만은 남기지 않습니다.
계란찜을 왜 이렇게 만드는가
지난번에는 빨리 익히려고 불을 올렸다가 계란찜 가장자리에 작은 구멍이 숭숭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계란물을 체에 거르고 위에 뜬 거품도 걷어낸 뒤, 약한 불에서 서두르지 않고 익혔습니다. 첫 숟가락을 떠 보니 지난번처럼 거친 단면이 드러나지 않고 매끈하게 떠져서, 식탁에 놓기 전에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봤습니다.
계란물을 거르고 불을 낮추는 요령은 계란찜을 부드럽게 만드는 조리 방법이며, 이 글은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안내가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계란 섭취량이나 간을 맞추는 소금 양을 조절해야 한다면,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우선해 주세요.
아내가 일식집에서 먹었던 매끈한 계란찜 이야기를 하기에, 집에서도 숟가락이 푹 들어가는 질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설거지를 줄이겠다고 계란물을 깊은 국그릇 하나에 전부 담았습니다. 겉이 노랗게 굳었길래 다 익었다 싶어 꺼냈는데, 가운데를 뜨자 바닥에서 덜 익은 계란물이 올라왔습니다. 다시 찌는 동안 가장자리는 단단해졌고요. 같은 그릇 안에서도 익는 정도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육수를 너무 많이 부은 탓인가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같은 계란물을 두 그릇에 나눠 담되, 한쪽은 깊게 담고 다른 쪽은 얕게 담아 함께 쪄 봤습니다. 10분 뒤 얕은 쪽은 거의 굳었지만 깊은 쪽은 중심이 여전히 출렁였습니다. 담긴 깊이를 생각하지 않고 시간만 맞춘 것이 문제였습니다. 덜 익은 것을 서둘러 익히려고 불까지 높이니 가장자리 단면에 작은 구멍이 생겼습니다. 제 경우에는 육수 양보다 그릇 깊이와 불 조절부터 고쳐야 했습니다.
저는 계란물을 그릇에 붓고 3분쯤 두었다가 표면에 모인 거품을 숟가락 끝으로 걷습니다. 그릇에는 3cm 안팎 깊이로 담고, 김이 오른 찜기에 넣은 뒤 물이 요란하게 끓지 않을 정도로 불을 낮춥니다. 보글보글 소리보다 작은 끓는 소리가 이어지는 정도입니다. 그릇 위에는 작은 접시를 덮어 뚜껑의 물방울이 계란 표면에 떨어지지 않게 합니다. 15분 무렵부터 가운데를 살짝 갈라 흐르는 계란물이 남았는지 확인하고, 덜 익었으면 약불 그대로 조금 더 찝니다.
상에 올렸을 때 아내는 가운데보다 가장자리를 먼저 떠먹더니, 이번에는 테두리도 질기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반갑더군요. 계란찜의 은은한 새우젓 맛을 느끼고 싶어 곁에는 양념이 진한 반찬보다 오이채를 식초에 가볍게 무친 것을 놓습니다. 남길 분량은 식사 전에 깨끗한 숟가락으로 덜어 작은 용기에 담고, 오래 실온에 두지 않고 냉장합니다. 다음 날에는 냄비에 밥과 물을 끓이다가 남은 계란찜을 잘게 떠 넣고 속까지 충분히 데워 달걀죽처럼 먹습니다.
준비할 재료
- 계란 4개
- 물 또는 멸치육수 1컵
- 새우젓 1작은술
- 대파 약간
- 참기름 몇 방울
만드는 법
- 계란을 그릇에 풀고 육수를 1대1 비율로 섞습니다.
- 체에 두 번 걸러 알끈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이 단계가 식감을 결정합니다.
- 새우젓으로 간을 맞춥니다. 소금보다 감칠맛이 깊습니다.
- 뚝배기에 붓고 약불에서 뚜껑을 덮어 8분간 익힙니다.
- 젓가락으로 찔러 맑은 물이 나오지 않으면 다 된 것입니다.
- 대파를 뿌리고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마무리합니다.
아빠가 알려주는 요령
센 불에 익히면 구멍이 생기고 물이 빠집니다. 반드시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야 합니다.
빨리 먹겠다고 센 불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겉은 부풀었는데 속은 익지 않고 뚝배기 안에 물이 흥건히 고였습니다. 약불 8분을 지키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계란찜은 식으면 수분이 빠져 맛이 떨어집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 만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남았다면 전자레인지보다 중탕으로 데우면 식감이 덜 망가집니다.
밥반찬으로도 좋지만 아침에 국 대신 내도 잘 맞습니다. 새우젓 간이 부담되시면 국간장으로 바꾸셔도 됩니다.
계란 한 개에는 탄수화물이 거의 없고 단백질이 6그램 정도 들어 있습니다.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단백질을 채우기에 이만한 재료가 드뭅니다. 콜레스테롤을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하루 한두 개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멸치육수 대신 다시마 우린 물이나 채소 육수를 쓰셔도 됩니다. 새우젓이 부담되시면 국간장으로 바꾸시고, 대파 대신 부추나 실파를 올려도 잘 맞습니다. 치즈를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나트륨이 늘어납니다.
밥을 줄이면 허전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럴 때 계란찜을 한 그릇 더 내면 밥 없이도 식사가 채워졌습니다. 아침 식사로 먹으면 점심까지 공복감이 덜하다는 것을 제가 직접 겪었습니다.
체에 꼭 걸러야 하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안 걸러도 먹을 수는 있지만 흰자 덩어리가 씹히고 표면이 거칠어집니다. 30초 걸리는 일로 결과가 확실히 달라지니 저는 매번 합니다. 체가 없으면 촘촘한 망국자로도 됩니다.
계란찜은 저희 집에서 가장 자주 올라오는 반찬입니다. 재료가 단순하고 실패할 구간도 약불 하나뿐입니다. 밥을 줄이는 날에 한 그릇 더 내면 허전함이 사라집니다. 부엌이 처음이신 분께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요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