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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일에 미역국을 직접 끓였습니다. 예전처럼 소고기를 넣는 대신 바지락을 넣어 보았는데 오히려 국물이 시원해 온 가족이 좋아했습니다.
미역국을 왜 이렇게 만드는가
소고기 없이 끓이니 국물이 심심할 것 같아 간을 더했다가, 한소끔 끓인 뒤 제 입에도 짜서 물을 보탠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불린 미역을 끓여 국물 맛을 먼저 본 다음 간을 조금씩 맞춥니다. 제 입에는 그렇게 끓여야 고기 맛에 가려졌던 미역 향이 느껴지고, 밥을 말지 않고 국물만 떠먹기에도 편했습니다.
소고기를 빼고 미역을 끓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국이 특정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의 조리 경험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건강 문제로 식단을 조절하고 계시다면 미역을 얼마나 드실지, 국물 간은 어느 정도로 맞출지 의료진과 먼저 상담하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소고기를 사러 따로 나가기보다 냉동실에 남아 있던 바지락으로 미역국 한 냄비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조개에서 나오는 국물만으로 간이 얼마나 잡힐지도 궁금했고요. 그런데 첫 시도에서는 건미역을 손으로 집어 넣은 게 문제였습니다. 불린 미역이 예상보다 훨씬 많아 냄비를 채웠고, 바지락은 미역 사이에 묻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국을 뜨면 국물보다 미역이 먼저 수북이 올라왔습니다. 그 뒤로는 건미역만큼은 저울에 달아 꺼냅니다.
한번은 바지락을 찬물에 미역과 함께 넣고 센 불에서 25분 가까이 끓였습니다. 미역이 푹 익으면 조갯살도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껍데기 안의 살이 콩알처럼 오그라들었습니다. 씹을수록 질겨져 바지락만 건져 남기게 되더군요. 미역을 오래 익히려던 시간을 바지락에도 똑같이 적용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물까지 많이 졸아 국간장을 더 넣지 않았는데도 짭짤했습니다. 바지락을 처음부터 넣는 순서와 오래 유지한 센 불을 함께 고쳐야 했습니다.
해감한 바지락도 껍데기끼리 맞대어 문질러 씻고, 마지막 헹굼물은 흰 그릇에 받아 봅니다. 바닥에 모래 알갱이가 보이면 한 번 더 씻습니다. 미역국이 끓어 바지락을 넣은 뒤에는 거품을 걷겠다고 국자를 깊이 휘젓지 않습니다. 가장자리에 모인 회색 거품만 2~3차례 얕게 떠내니 미역이 국자에 덜 딸려 왔습니다. 바지락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불을 한 단계 낮춥니다. 국물이 냄비 벽을 때리지 않고 작은 기포만 올라오는 정도를 눈으로 살핍니다.
상에 내니 아들은 미역 사이에서 바지락 껍데기를 골라내는 일이 번거롭다고 했습니다. 다음에는 몇 개만 껍데기째 남기고 나머지는 살을 발라 담았더니 숟가락으로 한결 편하게 먹더군요. 곁들임은 바지락 국물의 짠맛을 생각해 간을 약하게 한 두부구이로 준비했습니다. 남은 미역국은 얕은 용기에 나눠 식힌 뒤 냉장하고, 다음 날 먹을 만큼만 덜어 다시 끓였습니다. 조금 남은 미역과 조갯살은 잘게 썰어 밥과 함께 끓이니 한 그릇 분량의 묽은 죽이 됐습니다.
준비할 재료
- 건미역 20g
- 바지락 200g
- 들기름 1큰술
- 국간장 1큰술
- 다진 마늘 1작은술
- 물 6컵
만드는 법
- 건미역은 물에 20분 불려 두세 번 헹구고 물기를 짭니다.
- 미역을 먹기 좋게 썹니다.
-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미역과 마늘을 넣어 3분간 볶습니다.
- 볶는 과정을 거치면 국물이 훨씬 깊어집니다.
- 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바지락을 넣고 15분 더 끓입니다.
-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불을 끕니다.
아빠가 알려주는 요령
소고기 대신 바지락을 쓰면 지방은 줄고 감칠맛은 그대로입니다.
미역을 볶지 않고 바로 물을 부어 끓인 적이 있습니다. 국물이 맹물처럼 심심해서 소금만 계속 넣게 되었습니다. 들기름에 볶는 3분이 국물 맛을 만듭니다.
미역국은 하루 지나면 더 깊어집니다. 냉장 보관하고 3일 안에 드시면 됩니다. 다만 바지락은 오래 두면 질겨지므로 다시 데울 때 살짝만 끓이십시오.
밥을 조금 줄이고 국을 넉넉히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김치와 계란찜을 곁들이면 한 끼가 완성됩니다.
미역에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식후 혈당이 급하게 오르는 것을 완만하게 만들어 줍니다. 요오드도 풍부하지만 갑상선 질환이 있으신 분은 양을 조절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로 두고 있습니다.
바지락이 없으면 홍합이나 새우를 쓰셔도 됩니다. 소고기를 꼭 넣고 싶으시면 지방이 적은 홍두깨살을 소량만 쓰십시오. 들기름 대신 참기름을 쓰면 향이 달라지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국은 짠맛 때문에 밥을 더 먹게 되는 음식입니다. 국간장을 1큰술로 제한하고 마지막에 맛을 보며 조절하는 편이 좋았습니다. 국물보다 건더기를 먼저 먹는 순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고기 없이 국물 맛이 나냐고 걱정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바지락과 들기름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합니다. 오히려 기름이 덜 떠서 국물이 깔끔합니다. 저희는 이제 소고기 미역국을 거의 끓이지 않습니다.
소고기를 넣지 않은 미역국이 더 맛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바지락과 들기름이면 충분합니다. 국물이 깔끔하고 기름이 뜨지 않아 식은 뒤에도 먹기 좋습니다. 생일상에도 이제 이 방식으로 올립니다. 미역은 불리면 부피가 여덟 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이걸 몰라 한 봉지를 다 불려 냄비 두 개를 채운 적이 있습니다. 마른 미역 20그램이면 두 사람이 먹기에 넉넉합니다. 저울이 없으시면 한 줌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