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
- 3 words

고기를 아예 끊을 수는 없었습니다. 구이 대신 삶으면 지방이 빠진다는 말을 듣고 수육으로 바꿨습니다. 저도 이 방식은 마음 편히 먹습니다.
돼지수육을 왜 이렇게 만드는가
예전에는 돼지고기 잡내를 빼겠다고 끝까지 센 불로 끓였는데, 막상 썰어 보니 살코기 부분이 퍽퍽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끓기 시작한 뒤 불을 낮춰 잔잔하게 삶고, 속까지 익은 고기를 꺼내 한 김 식힌 다음 결 반대로 썰었습니다. 아내가 지난번보다 씹기 편하다며 한 점 더 집는 모습을 보니 불 조절에 신경 쓴 보람이 있더군요.
돼지고기의 잡내를 줄이고 부드럽게 삶는 과정을 담은 글이며,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안내는 아닙니다. 질환으로 식사 조절을 하고 계신다면 수육이 부드럽게 잘 익었다는 것만으로 본인에게 맞는 음식인지 판단하지 마시고, 드실 부위와 양에 관해서는 의료진 상담을 우선해 주세요.
주말마다 보쌈을 주문하니 고기보다 배달 용기가 더 많이 남는 것 같아, 시장에서 앞다리살 한 덩이를 사 왔습니다. 집에서 삶으면 제 입에 맞게 두툼하게 썰어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첫날에는 돼지고기 냄새를 없애겠다고 생강을 엄지손가락 두 마디만큼 넣었는데, 고기 향보다 생강 향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막 썬 수육에서도 매운 향이 남아 쌈장을 찍어도 어색하더군요. 잡내를 가리는 데만 신경 쓴 것이 첫 실수였습니다.
한 번은 빨리 부드러워지겠거니 하고 앞다리살이 냄비 안에서 들썩일 만큼 센 불로 70분을 끓였습니다. 중간에 국물이 졸아 고기 윗부분이 드러났는데도 물만 보태고 불은 그대로 두었지요. 건져 보니 바깥쪽 살코기는 결이 벌어져 있었고, 얇게 썰려고 칼을 대면 가장자리가 부스러졌습니다. 다음번에 비슷한 두께의 앞다리살을 잔잔하게 끓였을 때는 그 정도가 덜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오래 삶는 것보다 끓이는 세기를 조절하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앞다리살은 한쪽 끝만 유난히 두꺼우면 그 부분을 잘라 두 덩이의 두께를 5cm 안팎으로 맞춥니다. 얇은 꼬리 부분까지 작게 토막 내면 그쪽부터 마르기 쉬워 큼직하게 남겨 둡니다. 고기를 넣은 국물이 다시 끓으면 불을 낮춰, 표면이 잔잔하게 떨리고 가장자리에서 작은 기포가 올라오는 정도로 맞춥니다. 중심까지 익었는지는 식품용 온도계로 확인하고, 불을 끈 뒤 국물에 10분쯤 두었다가 꺼냅니다. 결을 가로질러 5mm 정도로 썰면 길게 찢어지는 살점이 적었습니다.
수육을 썰어 내니 아내는 생강 향이 덜해서 새우젓만 조금 얹어도 먹기 좋다고 했고, 아들은 배추 속잎에 앞다리살 두 점씩 싸 먹었습니다. 저는 오이를 길쭉하게 썰어 곁들였는데, 따뜻한 고기 사이에 아삭한 것이 들어가니 손이 자주 갔습니다. 남길 고기는 식사 전에 따로 덜어 얕은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했습니다. 다음 끼니에는 굳은 수육을 얇게 썰어 팬에 담고 삶은 국물 서너 숟갈을 둘러 뚜껑을 덮었습니다. 속까지 뜨겁게 데워 대파채와 함께 먹으니 남은 앞다리살도 한 접시가 되더군요.
준비할 재료
- 돼지 앞다리살 600g
- 된장 1큰술
- 대파 1대
- 생강 1토막
- 통후추 10알
- 커피 1작은술
만드는 법
- 고기는 찬물에 30분 담가 핏물을 뺍니다.
-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된장, 대파, 생강, 후추, 커피를 넣어 끓입니다.
- 물이 끓으면 고기를 넣습니다. 처음부터 넣으면 육즙이 빠집니다.
- 중불에서 50분간 삶습니다.
- 젓가락이 쉽게 들어가면 불을 끄고 국물에 10분 더 둡니다.
- 한 김 식혀 결 반대로 썹니다.
아빠가 알려주는 요령
커피 한 작은술이 잡내를 잡습니다. 커피 맛은 전혀 남지 않습니다.
찬물에 고기를 넣고 함께 끓인 적이 있습니다. 육즙이 국물로 다 빠져 고기가 퍽퍽하고 맛이 없었습니다. 끓는 물에 넣어야 한다는 말이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육은 삶은 국물에 담근 채 식히면 훨씬 촉촉합니다. 냉장 보관 후 3일 안에 드시고,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보다 찜기를 쓰시는 편이 좋습니다.
쌈장 대신 두부와 된장을 섞은 저염 쌈장을 만들어 보십시오. 배추와 무생채를 넉넉히 곁들이면 밥 없이도 한 끼가 됩니다.
돼지고기는 탄수화물이 없어 혈당을 직접 올리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지방과 조리법입니다. 구우면 지방이 그대로 남지만 삶으면 상당량이 국물로 빠져나갑니다. 같은 고기라도 조리법에 따라 부담이 달라집니다.
앞다리살이 없으면 목살이나 뒷다리살을 쓰셔도 됩니다. 삼겹살은 지방이 많아 권하지 않습니다. 된장 대신 커피와 월계수잎만으로도 잡내는 충분히 잡힙니다.
고기를 먹을 때는 채소를 먼저 배부르게 먹고 시작했습니다. 쌈채소를 넉넉히 준비해 두면 고기 양이 자연히 줄어듭니다. 밥은 반 공기로 줄이고 쌈으로 채우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압력솥을 쓰면 더 빠르지 않냐고 묻습니다. 빠릅니다. 다만 고기가 너무 물러져 수육 특유의 결이 사라집니다. 저는 시간이 없을 때만 압력솥을 쓰고 평소에는 냄비로 50분을 지킵니다.
수육은 손님이 오는 날 저희 집 대표 메뉴입니다. 끓는 물에 넣는 것과 국물에 담가 식히는 것, 이 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채소를 넉넉히 준비해 쌈으로 드시면 밥을 줄여도 아쉽지 않습니다. 삶은 국물을 버리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기름을 걷어 내고 무와 배추를 넣어 끓이면 국이 하나 더 나옵니다. 저는 수육을 삶는 날에는 다음 날 국까지 함께 준비해 둡니다. 시간이 두 배로 절약됩니다.